절판 희귀음반의 반열에 오른 EP ‘소실’(2011) 이후 축적된 성과와 발전을 함축한 앨범
초여름에 어울리는 청량한 멜로디가 강렬하게, 그러나 정교하게 소용돌이 치는 사운드 위에서 춤을 춘다.
2013년 가장 신선하고, 가장 기대되는 모던록 밴드와의 만남
2011년 멤버들이 힘을 모아 자체 제작한 EP ‘소실’은 발표 즉시 록매니아들의 애를 태우는 절판 희귀음반의 반열에 들었다. 사운드적으로 포스트록/슈게이징계열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와 친숙한 가사 등 팝적인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수작이었다. 근 2년만에 Full-length도 EP도 아닌 단 3곡만을 수록한 미니앨범으로 돌아오게 된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송라이팅, 편곡, 연주, 사운드워크 등 모든 면에서의 상당한 진보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어두운 분위기와 혼돈의 정서가 주를 이루던 전작과 달리 여름에 어울리는 청량한 느낌이 주도적이다. Lo-fi한 기타 노이즈는 정교하고 세련된 리프로 대체되었고 리듬워크 또한 한층 경쾌해졌다. 중심을 이루는 보컬 멜로디는 조금 더 팝에 근접하여 편안해짐과 동시에 특유의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다.
로로스, 프렌지, 9와 숫자들, 그림자궁전 등 걸출한 라인업을 배출한 독립음반사 튠테이블무브먼트와의 첫 협업으로 자체 제작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품으로서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하헌진, 노 익스큐즈, 404 등의 앨범에 참여한 Mashroom Recording Studio의 천학주가 메인엔지니어를 맡았고 The National, Animal Collective 등 해외 유명 밴드들과 작업한 바 있는 Joe Lambert Mastering Studio에서 최종 후반작업을 마쳤다.
뜨거운 열정과 진지한 탐구정신으로 묵묵하게 자신들의 영역을 개척 중인 밴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이번 미니앨범은 이들의 본격적인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하나의 출사표가 될 것이고, 새로운 음악에 목이 마른 이들에게는 청량음료와 같은 속시원함을 선사할 것이다.
[전문가 Review]
권석정, 텐아시아 기자
재작년 가을쯤인가?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일반적인 슈게이징 밴드와 만듦새가 다르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최근 오랜만에 이들의 공연을 다시 봤을 때에는 음악을 통해 어딘가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P 〈슈슈〉도 마찬가지. 나사를 돌려 앨범재킷을 펼칠 때의 설렘이 음반을 듣는 내내 소진되지 않는다. 꿈결 같은 소리의 향연은 점점 선명해져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들은 정말로 꿈에 카메라를 가져간 것일까?
차우진, 음악웹진 [Weiv] 편집장
“'꿈카'는 생각 이상으로 예민하고 신중한 밴드가 아닐까. [소실]을 들을 땐 몰랐다. [슈슈]를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음반에는 3곡이 담겼다. 왜 3곡일까. 애매한 숫자지만 이 애매함이 오히려 이들의 예민함과 신중함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소실]에 비해 깔끔해진 레코딩과 선명해진 소리 덕분에 전체적으로 밝아진 분위기다. 특히 멜로디가 부각되면서 쭉 뻗어가는 3곡 모두 기타의 속도감이 강조된다. 여러 면에서 밴드의 장점에 집중하는 인상을 받는데 아마도 데뷔 후에 경험한 다양한 공연들(거기엔 횟수 뿐 아니라 그 장소와 목적도 중요할 것이다)과 음반에 대한 반응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슈슈]는 결국, 다음 앨범에 대한 티저이기도 하다. 이 음반을 들을수록 아직 오지 않은, 미지의 정규 앨범이 더 궁금해진다.”
조월 (모임 별,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