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것은 선율, 가사, 가창, 음악이 갖는 감정이나 분위기, 사운드의 짜임 이 중에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저 모든 요소가 다 좋아야 훌륭한 음악인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프로듀서는 각각의 음악마다 이러한 요소 간의 관계와 중요성을 판단하고 노래 안에 안배한다. 프로듀서 쎈척(SSHENCHUCK)의 두 번째 싱글 `Fly High`는 사운드의 전체적 맵시가 훌륭한, 그리고 그것이 중요한 음악이다. 특별히 이런 음악일수록 소리를 고르고 나열하고 배치하는 것 못지않게 고민스러운 것은 그것들을 담는 구조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일 텐데, SSENCHUCK은 과거를 빌어 현재를 말하고 파는 방식인 레트로를 선택한다. 80년대를 풍미한 신스팝에서 많이 쓰였던 소스들을 단순한 비트 위에 놓으면 그 소리는 서로 차곡차곡 엉기면서 리듬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질서 있는 유영을 한다. 소스들의 유희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이 곡이 선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이미쉘은 K-POP STAR를 통해서 보여주었던 풍부함이나 충만한 소울 이라는 문법 대신에 보다 간결하고 넘치지 않게 노래함으로써 곡에 현대적인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빌려온 과거에 대한 채무를 상환한다. `Fly high`는 그녀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작업이었다기 보다는 그녀가 이 곡에 복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곡이 갖는 꽤 근사한 지점 중의 하나이다. 외국적인 사운드 안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했을 때 노래와 반주 사이의 덜걱거림이 적으면서 원하는 느낌을 만들어 내느냐는 많은 프로듀서들을 압도하는 열망일 것일 텐데 SSENCHUCK은 이 곡을 통해 그 열망 곁으로 좀 더 높고 가깝게 날아갔고 그것은 안배의 승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 싱잉앤츠 김명재